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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 큰녀석 귀국하다

늦으막이 눈을 떠 댓글놀이를 하고 있으려니 전화가 옵니다.

아버님이십니다.

'몇 시에 도착한다냐?'

노인네의 뜸금없는 질문에 자식은 당황합니다.

'뭐가요?'

'X현이 말야. 오늘 온대며?'

귀국 날짜가 오늘이랬나? 물어볼 아내도 없고 날짜는 가물가물하고...

'자알헌다. 애비가 돼 가지고서는...'

근래들어 각하와 교감을 나누느라 정신이 없었던가 봅니다.

먹고 사는 것은 고사하고 딸 아이의 귀국날짜마저 까맣게 잊고 있었으니...

아내가 오니 건성굴레 아빠는 은근슬쩍 오늘 몇 시 도착인가를 확인하는체 하며 출발시간을 체크합니다.

먹통전화기의 불빛이 요란합니다.

모르는 번호입니다.

'무슨 놈의 전화가 이렇게 많이 오는 거야.'

평생가야 전화 한 번 올 곳이 없어 반가워야 할 것인데 괜히 귀찮은 생각에 퉁명스레 전화를 받습니다.

'사장님~'

일전에 전화를 하였던 D건설의 현장감독님이십니다.

'사장님, 그거 묘목요, 15,400주로 올렸습니다.'

말씀하시는 목소리에 힘이 들어가 있습니다.

말하자면 저를 위하여 이렇게 애를 쓰고 있다는 것을 알아달라 그런 투입니다.

말미에 나중에 수용할 때, 공사하기 좋게 얼른 인감날인을 해달라는 부탁도 잊지 않습니다.

알았다고, 감사하다고 대답은 하지만 이젠 그것도 시들합니다.

늦은 취침으로 졸립기에 준영이를 재울 겸 한숨 때립니다.

그렇게 출발시간이 되고 공항에를 나겠다며 어느새 장모님도 오십니다.

잘됐다싶어 지난번 D건설 관계자를 만나러 가던 길에 사왔던 홍삼진액을 선물합니다.

언제부터 갖다 드리라고 노래를 불렀건만 결국 저의 손에 의해 전해지고 맙니다.

공항고속도로를 타자니 노을이 붉습니다.

그런 노을을 보며 곁에 앉은 아내는 감동을 먹습니다.

아름답대나 어쩐대나...

그러고 보니 이쁘기는 합니다.

내친김에 영종대교도 카메라에 담아봅니다.

그렇게 한 손으로는 운전대를, 한 손으로는 카메라를 잡고 까불거리다가 아내에게 혼구멍이 납니다.

바쁘게 간 탓인지 아직 비행기는 도착하지 않았습니다.

카메라 밧데리도 충전했겠다, 심심풀이삼아 왔다갔다 사진찍기 놀이를 합니다.

지금쯤 도착을 하였을텐데 하고 보아도 비행기는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

또 다시 할 일 없이 왔다리 갔다리 사진찍기 놀이를 시작하지만, 한 손에 들려진 준영이 때문에 사진이란 사진은 몹시도 흔들 거립니다.

어떤 아저씨가 이상한 차를 몰고 가는게 눈에 띕니다.

자세히 보니 앞쪽에 걸레가 달려 있습니다.

나중에 돈 많이 벌면 저런 거 하나 장만해서 타고 놀아봐야지 굳은 결심을 합니다.

일본인으로 보이는 어떤 아저씨는 갈 곳을 잃었습니다.

누군가 마중나왔어야 하는데 그러지를 않은 까닭에 도착장 입구에 서서 낭패스런 모습을 보입니다.

입국을 관리하시는 분께서 입가에 댄 손이 유난히도 떨리기에 봤더니 이를 쑤시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저녁시간이 지났습니다.

배부르게 식사를 하고 이를 쑤시는 그를 보자 배가 고파옵니다.

처녀로 보이는 어떤 처자는 오랫만에 귀국을 하였는가봅니다.

언니로 보이는 여자분을 끌어안고 목놓아 우는데 지켜보는 제가 더 서러울 지경입니다.

아주머니 몇 분이서 단체여행을 다녀왔는가봅니다.

일행으로 부터 떨어져나와 이제 어떻게할까를 상의하는 것 같은데, 한 분의 다리가 심하게 '오다리'여서 눈에 쏙 들어옵니다.

배는 고프고 언니는 오지 않고...

둘째 녀석은 그렇게 괜히 따라나섰나 싶습니다.

언니가 곰인형을 사온다하여 그 재미로 나서기는 하였지만, 기다림의 지루함마저 재미날리는 만무합니다.

공항에 도착한지가 한 시간을 훨씬 넘어갑니다.

비행기는 진즉에 착륙을 하였고, 이미 도착표시가 떴지만 기다리는 녀석은 나올 생각을 안합니다.

역시나 기다린다는 것은 지루한 일입니다.

그렇게 도착장 앞에 쪼그리고 앉아 사진찍기 놀이에 여념이 없는 아빠가 흐리게 나온 사진을 삭제하느라 한눈을 파는 사이, 녀석은 어느새 쪼르르 도착장 문을 나와 제 엄마에게로 와버렸습니다.

눈치없는 녀석같으니라고...

중요한 시간에는 꼭 없더라며 예의 그 구박을 들은 것은 불문가지입니다.

어쨌거나 녀석은 무사히 도착을 하였고 아빠도 녀석의 건강한 모습이 반갑습니다.

출국시에 두 개의 가방이 잘못되는 되돌아오고, 옷이며 뭐며 그쪽에서 새로 다 장만을 하였는데 그래도 두 달 반동안의 살림치고는 조촐합니다.

아빠는 선물을 받습니다.

가격에 개의치않고 제일 좋은 것으로 샀다는 녀석의 말에, 아빠는 깜짝 놀랩니다.

그래서 하는 말이 다음부터는 가격도 꼭 보라고 부탁을 합니다.

붙어 있는 가격표를 보니 가격은 쌉니다.

언제나 저 넥타이를 목에 걸어볼지 모르겠습니다.

제일 횡재를 한 녀석은 둘째입니다.

곰인형도 사오고 예쁜 캐릭터가 붙어 있는 가방도 하나 얻고...

귀가길의 차속에서도 은근히 언니를 까던 녀석은 가방을 이리 메보고 저리 메보며 싱글벙글입니다.

준영이의 선물도 빠질 수 없습니다.

꼬마의 장난감으로는 입에 넣으면 약간 께름직할 것 같은 공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바람'이 많이 들어 있어 튀기는 잘 튄다는데서 그 의의를 찾아야 할 공입니다.

그렇게 선물을 돌리는 녀석을 보니 예전에 제가 그랬듯 어디 신혼여행이라도 다녀온 것 같습니다.

게다가 말투며 하는 짓도 어른스럽습니다.

그런 녀석을 보며 아빠는 내심으로 대견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어쨌거나 한참을 염려하였고 때로는 마음이 상하기도 하였던 녀석의 두달반짜리 해외 나들이는 이렇게 몇 개의 선물을 끝으로 무사히 막을 내렸기에 아빠는 기분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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